Project Name: 산불의 기억을 간직한 건축물 ‘탄목원(炭木園)’
Architects: NAUxLab + USER
Architect of Records: EZI Architects
Location: Ulsan, South Korea
Size: 746 m²
Status: Built (2024)
Photographs: Suk Lee, Sungho Goh
Project Description:
사업부지는 2013년 울주군 산불이 일어난 장소이다. 건축주는 본래 조경수 재배업을 하던 분이었는데, 당시 소유하던 약 4만평의 임야부지에 산불로 인해 키우던 대부분의 나무들이 불에 타 소실되었다. 건축가들은 화재를 견뎌낸 현장의 생존 나무들에서 영감을 얻어 “탄화목”이라는 재료를 사용하여 2013년의 산불을 기억함과 동시에 건축물이 주인공이 아닌, 장소와 살아남은 나무들이 주인공이 되는 건축을 제안했다.
마감 재료를 설정해두고 프로젝트에 임하는 방식은 매우 특별했다. 탄화목이라는 짙은 검정색 재료를 사용함으로써 방문객들에게 시각적인 자극 뿐 아니라 독특한 질감의 촉각, 그을린 나무향의 후각과 십여년전 그날에 일어난 자연재해에 대한 상상을 자극하는 건축물로 계획했다. 이 건물은 한국에서 최초로 800제곱미터 이상의 규모로 탄화목을 사용한 사례인데, 재료의 공수를 위해 일본 전문업체에 전량 수입했다.
건축가는 최대한 자연에 동화되고 겸손한 건축적 형태를 염두에 두고 설계했다. 부지의 등고선을 따라 그려진 건축물의 외벽라인은 가장 자연스러운 곡면의 건축을 제안하였다. 자연에서 파생된 선은 건물보다 먼저 그 선상에 위치해 있던 보호수(살아남은 나무)와의 간섭이 이루어지는데, 보호수들을 존중하고 더 나아가 건축이 자연을 품는 형태를 이루기 위해 인위적인 곡선을 도입했다. 이러한 건축물의 형태 제한을 두는 행위만으로도 매우 특별한 건축형태가 발전되었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건물의 남동쪽에 위치한 세 그루의 살아남은 나무를 품에 안은 듯한 형태로 인해 보호라는 상징성을 부여하면서 건축적으로는 이 부분에 통창을 설치해 실내와 실외의 보호수가 시각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장소성을 만들어 냈다. 지붕의 이중곡면 또한 인상적인데, 지붕의 중심선을 건물의 중심이 아닌 대각선의 두 꼭짓점으로 연결함으로써 자연스러우면서도 과감한 이중곡면을 구현하였으며, 곡면의 외벽과 이중곡면의 지붕으로 투시적 입체미를 구현하였다.
이 프로젝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쓰일 건물이지만, 시간으로 인해 잊혀지는 과거의 기억과 잔재들을 건축물로 영구히 표현하여 그때의 착상이 완전히 잊히지 않고 기억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설계되었다. 이 건물이 과거의 아픈 기억을 회상하고, 재생되는 자연을 투영하고, 방문객들이 그날의 기억, 그리고 현재의 자연과 소통하기를 바란다.